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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공간 Liminoid
이안진, 채민정
2025년 4월 30일 (수) - 6월 1일 (일)
<경계공간>은 고정된 형식과 일관된 이야기를 벗어나 비논리와 유기적 형태가 얽히고 설킨 사유의 공간이다. 이 곳은 현실과 상상, 주체와 객체, 자아와 타자의 경계가 흐려지는 역동의 공간이며, 이안진과 채민정은 이 경계공간에서 의식과 무의식이 서로 교차하고 확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안진은 물질적 공간을 넘어서 정신적-판타지적 풍경을 구현하는 시도를 한다. 작가의 새로운 세계에서는 현실 세계에서 부정당하는 불완전하고 결핍된 존재들이 등장한다. 그 존재들은 작가의 공간에서 하나의 고정된 단일 체계가 아닌 무수히 뻗어 나가는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원인과 결과가 없이 서로 연대하고 덩치를 키우면서 마치 그들의 세계가 실제 현실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관객의 감각을 교란시키는 동시에, ‘현실’이라는 개념의 허약함을 은연중에 드러내며, 경계 공간에서 관객이 능동적인 관찰자로서 유기적 리듬을 따라 경계를 넘고 존재와 존재 사이를 유영할 수 있도록 한다.
채민정은 인간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증식하는 생각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작업을 한다. 작가에게 생각의 움직임이란 선형적 흐름이 아닌 스스로 분열하고 증식하기도 하는 유기적인 리좀(rhizome)으로, 퍼져 나가는 의식의 흐름이 끊임없이 뒤얽히고 뭉쳐져 중심점 없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녀의 작품이 지닌 생동하듯 울렁거리는 표면은 마치 유기 세포가 무한히 증식하고 있는 것과 같이 내면과 사고의 폭발적인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자연의 빛을 따르지 않는 의식적인 표면의 그라데이션은 작품이 놓인 전시 공간을 경계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경계공간>은 이러한 의식과 사고의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다. 의식과 사고는 어떠한 구심점이나 중심이 없이 서로 침투하고 부딪히며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본 전시는 시작과 끝, 위계와 선형을 거부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수없이 퍼져 나가는 리좀적 세계관을 통해 현실과 허구, 자아와 타자, 물질과 정신의 틈새에서 서로를 물들이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에 대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