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내가 빚은 신화
김하림, 문현지, 한보연
2025년 3월 12일 (수) - 4월 6일 (일)
<내가 빚은 신화>는 김하림, 문현지, 그리고 한보연이 참여하는 3인전으로, 막연히 먼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신화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가 현 시대에 만들어가는 자신만의 신화에 대한 전시이다. 신화란 언제부터 만들어지고 이어져오던 것일까. 신화는 누군가에게는 먼 과거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영웅 서사적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본 전시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보다 개인적일 수 있는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믿으며, 무엇을 남길 것인가? 한 개인의 신화는 기억과 감정, 믿음과 의식이 서로 얽히고 설키고 또한 반복되며 오랜 시간동안 형성되고 쌓여간다. 인간은 특정한 사건을 경험하고, 그것을 해석하고, 다시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치며 살아간다. 이는 기억이라는 시스템이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어떠한 일련의 과정으로 과거를 새롭게 구성하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장치이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신화를 단순한 전설이나 이야기로 보지 않고, 사회적 구조와 개인의 믿음이 결합된 기호적 체계로 해석했다. 따라서 신화는 과거의 단순한 유산이 아니라, 현재의 삶과 신념 속에서 끊임없이 빚어지고 변화하는 존재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김하림은 수행적 행위를 통해 감정의 흔적을 형상화하고, 문현지는 사라지는 것과 남겨지는 것 사이에서 시간의 흔적을 기록하며, 한보연은 스스로의 믿음을 창조해 신이라는 개념을 재구성한다. 본 전시에서 이들은 과거의 신화들이 무수히 남기고 간 이야기를 답습하지 않고, 현재 안에서 끊임없이 변형되고 빚어지는 새로운 신화의 형태를 다양하게 보여준다.